EBS 프로그램 중에는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국내 최초의 젠더 토크쇼로 소개된 이 프로그램은 성에 대한 ‘이분화’ 또는 ‘편견’ 없이 다양한 젠더의 이야기를 하고 듣는 곳으로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보수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교육방송인 EBS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것이라 더 뜻 깊다.
굴복에 의한 '강제하차'
그런데 얼마 전 까칠남녀의 출연진 중에 한명인 은하선 작가가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 되었다. 12월 2회분으로 걸쳐 방송되었던 성소수자 특집 편이 그 시작 이었는데 성소수자 특집편이 방송된 이후, 전국학부모교육단체 연합에서 ‘우리 학부모들은 음란한 동성애 방송을 자녀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전교조는 “부모의 이름으로 어린이, 청소년에게 혐오와 차별의식을 내면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 이후, 은하선 작가가 퀴어문화축제 등을 지지했다는 점 등을 들어 EBS를 통해 민원이 접수되었는데, 담당 책임프로듀서가 이를 고려하여 은하선 작가를 퇴출 시켰다. 그러나 은하선 작가의 강제 하차는 은하선 작가가 여성 성소수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크다.
은하선 작가의 하차가 결정된 뒤 ‘까칠남녀’의 출연진인 손아람 작가와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 연구소 교수는 ‘녹화 보이콧’을 선언했고, ‘까칠남녀’는 마지막 2회분 녹화가 취소 됐으며 내달 19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
이에 한양대 반 성폭력, 성차별 모임인 ‘월담’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냈고 그 내용은 이러했다. “방송법 제5조 6항에 따르면 방송은 소수자와 약자 집단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소수자·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책임이 있는 EBS는 반인권세력의 ‘떼쓰기’에 굴복해 약자의 목소리를 탄압·배제하고 있다.” 또한 ‘월담’은 이 문제는 결국 은하선을 통해 대변되어 온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의견에 동조한다. 성소수자인 은하선 작가의 강제 하차이후, 이러한 여론 반응을 통해 그 어떤 방송보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가져야 하는 공영방송이 지녀야할 태도가 무엇인지 EBS측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
- |
- boy-2026064_960_720.png (File Size:68.7KB/Download:22)
- 005.jpg (File Size:23.7KB/Download:12)
- 5.jpg (File Size:51.5KB/Download:12)